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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젓갈, 쌀국수, 찹쌀밥으로 알아보는 발효 문화

by wish0070 2025. 5. 9.

라오스의 비엔티안 분수 사진

라오스는 동남아시아의 내륙국가로,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이웃 국가들과 문화적으로 닮은 듯 다르면서도, 독자적인 전통과 식문화를 보존해 온 나라이기도합니다. 특히 라오스 요리에서는 '발효'라는 키워드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단지 보존 기술의 측면을 넘어 맛, 건강, 생활방식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라오스의 전통 발효문화 중 대표적인 세 가지 – 젓갈, 쌀국수, 찹쌀밥 –을 중심으로 각 음식의 조리 방식, 지역적 특성, 문화적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겠습니다.

라오스의 젓갈 파댁 (Pa Daek)

라오스의 음식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발효 재료는 ‘파댁(Pa Daek)’입니다. 파댁은 민물고기를 소금과 쌀겨 또는 볶은 쌀가루와 섞어 항아리에 담아 6개월에서 1년 이상 발효시킨 라오스 특유의 젓갈입니다. 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강하고 다소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현지인에게는 고향의 맛입니다. 액체 상태인 태국의 '남플라'나 베트남의 '느억맘'과는 달리, 파댁은 더 뻑뻑하고 입자가 살아있는 형태이며, 이는 다양한 조리법에 더욱 진한 풍미를 더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활용 예는 라프(Larb)라는 라오스식 샐러드입니다. 다진 고기, 허브, 라임, 고추에 파댁을 넣어 섞으면 감칠맛이 깊어지며, 발효 향이 고기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또한 파댁은 국물 요리, 볶음 요리, 심지어 드레싱으로도 사용되며, 거의 모든 라오스 요리에 응용될 정도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라오스 사람들은 파댁을 ‘발효된 영양제’처럼 여깁니다. 실제로 파댁에는 자연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산균, 비타민 B12, 단백질 분해 효소 등이 풍부해 소화에 도움이 되며, 위장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점에서 파댁은 단순한 발효식품을 넘어 건강과 전통 지혜가 녹아든 라오스의 핵심 식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라오스 음식의 깊은 풍미를 가진 쌀국수

라오스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밥만 먹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면 요리를 즐기는 문화도 발달해 있으며, 특히 발효된 쌀을 활용한 쌀국수(‘펀’ Foen)는 라오스 요리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룹니다. 라오스의 쌀국수는 이웃 국가들의 쌀국수보다 면발이 부드럽고 살짝 끈적하며, 은은한 신맛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통적으로 쌀국수는 불린 쌀을 물에 담가 수일간 자연 발효시킨 후 곱게 갈아 반죽으로 만들고, 얇게 찐 후 절단하여 면으로 가공합니다. 이때 발효가 잘 된 쌀반죽은 풍미가 깊고, 면의 조직감이 쫀득하며, 삶아도 쉽게 퍼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든 쌀국수는 다양한 형태로 즐겨지며,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과 조리법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카오 피약(Khao Piak)’은 진한 국물에 발효면을 넣고 고기, 허브, 파댁을 곁들인 국수이며, ‘펀 냠(Foen Nham)’은 차가운 발효 쌀국수에 허브, 야채, 고기 등을 섞은 냉면 형태입니다.

발효면은 맛 뿐만 아니라 소화에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젖산균과 효소가 쌀의 전분을 분해해 주기 때문에 위가 편하고, 특히 더운 날씨에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라오스에서 쌀국수는 아침 식사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발효된 반죽으로 신선한 면을 뽑아내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지역 경제와 식문화가 발효 요리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연 발효의 원형 찹쌀밥

라오스인의 식탁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카오 니아오(Khao Niao)’, 즉 찹쌀밥입니다. 라오스는 세계에서 1인당 찹쌀 소비량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이 찹쌀밥은 그들의 삶과 전통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상징적인 음식입니다. 

전통적으로 찹쌀은 밤새 불린 뒤, 대나무 찜기(‘후앙 카오’)에 넣어 쪄내는 방식으로 조리됩니다. 이렇게 익힌 찹쌀은 손으로 뭉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쫀득하며, 포만감이 높고 휴대하기도 좋아 일상은 물론 행사나 제사 등에도 자주 사용됩니다.

익힌 찹쌀을 발효시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라오스의 전통 방식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오 막(Khao Maak)’이라는 발효 찹쌀 디저트가 있습니다. 이는 찐 찹쌀에 누룩을 넣고 따뜻한 곳에서 며칠간 숙성시키면, 은은한 단맛과 약간의 알코올이 생긴 발효 디저트가 됩니다. 맛은 요거트와 식혜 사이이며, 여성이나 노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이 발효 찹쌀은 또 다른 전통 발효주인 ‘라우 라오(Lao Lao)’의 원료로도 사용됩니다. 라우 라오는 찹쌀을 발효시켜 증류한 증류주로, 라오스의 전통주로서 가정마다 비법이 있으며, 행사나 축제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이처럼 찹쌀은 단지 주식이 아니라, 발효를 통한 다양한 음식과 음료로 확장되며 라오스인의 식생활을 다층적으로 구성하는 핵심 소재입니다.